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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8 23:19 수정 : 2008.12.18 23:19

독재정권 시절의 날치기 악령이 다시 살아났다. 한나라당은 어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 의원들의 회의장 참석을 막은 채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상정을 강행했다. 국회 경위와 보좌관 등을 동원해 상임위 회의장을 바리케이드로 막은 뒤 자기들끼리 뚝딱 해치웠다. 김영삼 정권 때까지 횡행했던 전형적인 날치기 수법이다. 의회민주주의를 짓밟은 폭거다.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이나 직권 상정 등 꼴사나운 모습이 없지 않았지만, 적어도 형식적인 절차는 지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막무가내 돌격대의 모습으로 일관했다. 국회법상 회의를 진행하면서 필요할 경우 발동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질서유지권을 하루 전부터 행사해 경위들을 미리 배치했다. 더구나 이들의 임무는 회의장의 질서 유지가 아니라 야당 의원의 출입을 막는 것이었다. 또 회의도 야당 의원들에게 통보한 시간 이전에 개최했다.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원의 직무 수행을 고의로 방해했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형식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당연히 원천무효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비준 시기뿐 아니라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의견이 달라 매우 폭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그만큼 상정 단계에서부터 여야 간에 충분한 의견을 나누고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비준안을 단독으로, 그것도 폭력적으로 상정했다는 것은 앞으로 반대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고 가겠다는 선언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미 다른 법안도 반드시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파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준안 날치기 상정을 주도한 홍준표 원내대표와 박진 외통위 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돌격 앞으로’를 강조하면서 이번 일을 부추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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