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9 19:46
수정 : 2008.12.19 19:46
사설
예산안 강행처리에 이은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날치기 상정으로 국회에서 여야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은 말할 것도 없고 계류된 주요 법안들을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어제 거듭 확인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를 결사적으로 막기로 하고 상임위 회의실과 국회의장실 등을 점거해 밤샘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다른 격돌이 우려된다.
여야가 이처럼 몸으로 맞부딪치는 사태까지 이른 것은 전적으로 여권의 독선적인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 교체 뒤에 처음 열리는 정기국회와 곧바로 이어진 이번 임시국회는 다소의 파행과 갈등이 있기는 했지만, 교섭단체 협의를 통해 그럭저럭 ‘순항’ 해 왔다. 그러나 여권은 지난주 후반부터 ‘예산 전쟁’이니 ‘입법 전쟁’이니 하면서 사실상 일방적인 국회 운영 방침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힘의 정치를 예고했다. 이는 야당에 자신들의 방침을 따르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는 식의 최후통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어느 야당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겠는가.
더구나 에프티에이나 쟁점 법안은 국민들의 견해가 팽팽히 나뉘어 있는 사안이다. 그래서 아직 상정도 이뤄지지 못한 것이 많다. 상정 여부에 대해서부터 날카롭게 맞설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과 갈등을 낭비라고 여겨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의회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독재적인 발상이다. 오죽하면 김형오 국회의장이 “일차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고 비판하고, 그동안 대부분의 사안에서 한나라당 편에 섰던 자유선진당조차 “에프티에이 상정은 원천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힘으로 하는 독선적인 정치는 정권의 몰락을 자초할 뿐이다. 상대 정당을 배제한 법안 날치기와 일방적인 탄핵 추진 등에 대해 국민이 어떤 심판을 내렸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직접 경험하고도 배우지 못한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에프티에이 비준 동의안은 여야가 충분히 협의하여 처리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김 국회의장의 얘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일방처리 방침을 거두고, 야당과의 협의에 나서기 바란다. 경제도 어려운 마당에 여당이 국민 통합에 앞장서기는커녕 민주주의를 거스르면서까지 야당과의 싸움에 몰두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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