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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9 19:46 수정 : 2008.12.19 19:46

사설

자이툰 부대가 어제 완전히 철수했다. 총인원 1만8천여명으로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였던 이라크 파병이 4년3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견강부회식의 사후 합리화가 아니라 냉철한 반성을 통해 교훈을 얻을 때다.

자이툰 부대의 여러 활동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기술교육대와 자이툰병원, 문맹률을 낮추고자 개설한 쿠르드어 교실 등이 그것이다. 자이툰병원은 8만6천여 현지인을 진료했고, 기술교육대는 자동차 정비와 중장비 운전, 컴퓨터·제과·제빵 등의 분야에서 2천명 이상의 현지인 졸업생을 배출했다. 또 학교와 보건소 등 260여 시설물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이런 지원이 현지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력 충돌로 숨진 사람 없이 임무를 마친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적 성과가 근본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우선 침략전쟁 동참이라는 파병 성격이다. 미국은 아무런 법적·절차적 정당성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고, 자이툰 부대 파병은 그 틀 속에서 이뤄졌다. 한-미 동맹의 이름으로 동맹의 질을 타락시키고 대외정책 정체성을 크게 손상시킨 치명적 잘못이다. 전투병력을 보내 비전투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고육책을 취한 것만 봐도 명분 없는 파병임이 잘 드러난다. 이후 국민 다수의 반대 속에서도 파병 기간이 네 차례나 연장된 것은 잘못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 결과의 하나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한국인 23명 피랍사태다.

이라크의 재건을 돕고 현지인과 친선을 강화할 목적이라면 애초부터 민간 지원단을 보냈으면 된다. 자이툰 부대는 7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썼으나 재건 지원에 투입된 돈은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부대를 유지하는 데 대부분의 돈이 들어간 극도의 비효율이다. 그러고도 정부가 ‘민사작전의 모델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면 세금을 낸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이라크 침공 동참국으로 굳어진 국제 이미지와 그동안의 극심한 나라 안 국론분열 또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다.

미국은 이제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을 직간접으로 요구한다고 한다. 이라크전과 비슷한 양상이 아프간에서 되풀이되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딱 부러지게 거절하지 못하고 눈치를 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라크 파병에서 작은 교훈이라도 얻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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