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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1 21:43 수정 : 2008.12.21 21:43

사설

555m 높이의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에 대한 정부의 최종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부인하지만, 언론보도와 그동안의 흐름 등을 종합해 보면 서울공항의 활주로를 조금 바꿔 제2롯데월드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군사 안보뿐 아니라 항공 안전, 성남 시민들의 불편 가중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다. 활주로 변경 비용을 수익자인 롯데가 부담한다고 끝날 사안이 아니다.

우선 활주로 방향을 틀어 비행기 이착륙 코스를 바꾸면 555m 빌딩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은 순전히 탁상공론이다. 서울공항이 관제탑의 유도로 비행기가 항상 ‘얌전히’ 뜨고 내리는 민간비행장이 아니라 유사시에는 전투기가 이착륙해야 하는 군사기지이기 때문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전투기는 그야말로 사방팔방으로 날아야 한다. 정해진 한 방향으로만 뜨고 내렸다가는 표적물이 되기 딱 알맞다.

따라서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 항로가 고정되면 서울공항은 군사기지로서의 가치를 사실상 잃게 된다. 일부에서는 대만 타이베이시의 101빌딩을 지을 때 쑹산(송산)공항의 활주로를 바꾸고 인근 육군부대를 옮긴 것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쑹산공항은 민간공항이었기에 활주로를 바꾸는 것은 단지 비용의 문제였을 뿐이라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물론 서울공항을 민간비행장으로 아예 전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군사적 측면을 고려하면 수도 영공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비행장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렇다면 평시가 아니라 전시를 염두에 두고 공항 주변을 관리해야 한다. 더구나 얼마 전 미국 샌디에이고 전투기 추락사고에서 봤듯이 평시에도 비행장 주변에는 늘 항공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경기 활성화 등 경제 논리만 앞세워 군의 반대를 묵살해서는 안 된다.

활주로 방향을 틀면 서울 잠실 쪽은 혜택을 받게 되지만, 반대로 성남의 새로운 지역이 고도 제한을 받게 된다. 지금도 성남시 전체 가구의 56%인 21만여가구가 45미터 고도제한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정 기업의 편의를 위해 수십만명의 시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논리가 하루아침에 뒤집어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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