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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1 21:44 수정 : 2008.12.21 21:44

사설

69개 공공기관이 앞으로 3~4년에 걸쳐 평균 13%에 해당하는 1만9천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들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적인 채근 뒤 정부 부처들이 마감까지 정하고 서두르면서 급물살을 탔다.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쳤다기보다, 정부가 방향을 정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형국이다. 그 뼈대가 감원이니, 민간기업에 사람을 잘라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게 될 수 있다. 그리되면 길거리로 내몰리는 실업자들이 늘어나게 된다.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계획이 공기업의 효율화와 고용 안정을 동시에 목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런지 되묻게 된다. 정부가 모아 발표한 이들 기관의 경영효율화 계획에는 정원 감축 말고 다른 방안도 들어 있긴 하다. 하지만 10조원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자산매각 및 예산절감 방안의 경우, 7조6천억원 규모의 용산역세권 부지 매각 등 이미 진행돼온 사업들을 제외하면 새로 발생하는 효과는 별로 없다고 한다. 성과관리 시스템이라며 내세운 연봉제는 69개 기관 중 64개 기관이 이미 도입했다.

인력 감축이 확실한 구조조정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한전의 총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0% 안팎이고, 전체 예산 대비 인건비는 3% 수준이라고 한다. 노동력 중심의 구조조정은 비용절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도 이미 많다. 지금은 눈 감고 아웅하는 방안이나 획일적인 인력감축 말고 조직 자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이 더 필요한 때다.

앞뒤가 바뀐 것은 또 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나 비효율성을 개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몰아닥친 비상 상황이다. 개혁보다 일자리 안정이 우선돼야 할 때다. 고용이 위축될 때는 공공부문이라도 고용 흡수력을 유지해야 할 터인데, 기업들에 감원의 길을 터준 듯한 이번 조처는 그에 상반된다. 고용의 질도 문제다. 정부는 인력 자연감소분의 절반을 신규 채용으로 돌리겠다지만, 내용을 보면 인턴 고용에 불과하다. 정규직을 줄여 비정규직을 늘리자는 꼴이다. 이런 식이라면 사회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내수 위축 등 악순환은 더해질 것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이미 겪은 일이다. 정부의 한층 사려 깊은 고민과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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