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2 21:02
수정 : 2008.12.22 21:02
사설
다시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나오고, 교사들은 교문 앞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학부모는 불복종운동에 나서고,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촛불이 시민사회로 확산된다. 그럼에도 학교 당국은 오늘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강행한다. 학교가 뒤죽박죽이 되건 말건, 교육이 파탄나건 말건 나몰라라다.
30여년 전 ‘교육 민주화 운동’ 때로 돌아가는 걸까. 학생·학부모 단체에 이어 교수단체가 가세하고, 정치권이 진상조사와 교사 복귀운동에 착수했으며, 종교계도 거리로 나섰다. 전선은 교사 중징계 무효에서 일제고사와 교육시장화 정책 거부로 확산된다.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일제고사 거부와 체험학습 선택을 결의했다. 그러나 교과부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시·도 교육청은 체험학습을 허락하는 교사에게 징계를 공언하는 등 충돌 일변도다. 무더기 징계와 학교의 혼란, 교육시계는 30년 전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
징계나 일제고사의 부당성에 대한 시비는 이미 판가름 났다. 중립적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가 중징계의 부당성을 지적했고, 83%가 체험학습에 대해 정당한 선택권 행사라고 했으며, 68%가 일제고사에 반대(찬성은 15%)했다. 전국교수협의회는 정부가 일제고사를 국가 경쟁력 제고와 연관시키는 것을 두고 “후안무치한 위선”이라고 일갈했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게 대학 교육이지만, 학생들은 초중등 교육에서 진이 다 빠지고, 학문적 감수성이 고갈된 채 대학에 진학한다. 그 결과 초중등생의 학업성취도는 각종 국제 학력평가에서 최상위권이지만, 대학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최하위권이다. 일제고사는 이를 부채질할 뿐이다.
모를 리 없는 정부가 한사코 이를 강행하는 배경에 대한 의심도 구구하다. 학생과 학교의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켜, 교육의 양극화와 교육에 의한 사회계급의 고착·세습화를 노리는 것은 아닐까. 수구세력은 그동안 줄기차게 경쟁 지상주의 교육을 요구했다. 교육기회의 형평성과 교육복지의 확충을 빨갱이 정책이라고 매도했다. 중산층·서민 자녀들이 동등한 기회를 누리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이제 더 많은 선생님이 거리로 내몰리고, 학교는 더 큰 충돌로 빠져들 조짐이다. 그로 말미암은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다. 그 책임을 이 정권은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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