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2 21:03
수정 : 2008.12.22 21:03
사설
소란스런 국회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폭풍 전야의 고요함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25일을 시한으로 정해, 그때까지 야당과 마지막 대화를 해 보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극적으로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성탄절 이후 더욱 격렬한 충돌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우울한 시기에 국민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하지 않으려면 여야 두루 대화와 타협으로 풀겠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진정성을 먼저 보여야 할 쪽은 집권당이자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국회 운영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을 무시하고 물리적 힘을 동원해 다수를 압박한다고 비난하지만, 논란이 되는 법안들이 과연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가치가 있는 것들인지를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시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집단소송을 보장하는 집단소송법 개정안이나 복면을 쓴 시위대를 처벌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휴대전화와 인터넷 감청을 쉽게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 요소를 지닌 법안들이다.
이런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다수결 원칙’ 운운하면서 시한이 지나면 무조건 통과시키겠다는 태도야말로 오히려 민주주의를 우롱하는 일이다. 미국에선 상임위 의원 한사람이 반대해도 그 사람과 타협하느라 몇 달이나 법안을 계류시키며 토론하는 일이 허다하다. 더구나 여당이 연말까지 통과시키겠다는 법안이 무려 114건이나 된다. 아직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도 적지 않다. 법안에 대한 충분한 심의와 토론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법적 절차조차 밟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연말 시한을 고집할 수 없다. 진정 야당과 타협할 뜻이 있다면 스스로 설정한 연말이라는 법안 처리 시한을 거두는 게 순리다.
한나라당이 그렇게 한다면 민주당도 국회 상임위 점거농성을 풀고 법안 토론에 나서야 한다. 특히 민생경제에 필수적인 법안에 대해서는 밤을 새워서라도 논의해 하루바삐 처리해야 한다. 이견이 없는 법안들에 대해서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지적했듯이 국회 파행의 일차적 책임은 여당인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은 25일을 대화 마지노선으로 설정해서 야당을 압박할 게 아니라, 대화와 토론으로 의회를 운영하는 성숙된 태도부터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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