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2 21:04
수정 : 2008.12.22 21:04
사설
어제 아침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공정언론 시민연대(공언련)가 내놓은 이른바 ‘편파방송 보고서’를 대서특필했다. 2002년 병풍, 탄핵, 비비케이(BBK), 광우병 등 네 가지 사건에 대한 보도를 다룬 이 보고서는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이 이들 사건 보도에서 일관되게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의 언론보도 연구 발표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그 연구 내용이 얼마나 신뢰할 만하냐다. 우선 공언련은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의 사임을 촉구해 물의를 빚었던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와 중앙일보 출신 성병욱씨가 공동대표로, 조선일보의 극우 논객인 류근일씨가 고문으로 있는 조직이다. 지난 9월 문을 연 이 단체는 창립 선언문에서 “병풍, 탄핵풍, 촛불시위 보도에서 보듯 언론의 위선은 한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고 했으며, 이번 조사 이유를 “불행하게도 케이비에스, 엠비시 공영방송은 핵심적인 부분에서 심각한 편파방송을 함으로써 여론 왜곡과 국민 분열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해 예단을 드러냈다.
조사 결과 의문이 드는 대목 역시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병풍이나 비비케이 관련 보도 내용을 여·야 후보에 유·불리, 중립 등으로 나누면서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 결과 ‘녹음 테이프 제출’, ‘재작성 의혹수사’, ‘명함받았다’ ‘증시 폭락 검은 금요일’ ‘시민단체 불복종 선언’ 등 객관적 사실을 담은 제목조차 편파적인 것으로 분류했다.
조사결과를 내놓은 시점도 야릇하다. 정부·여당은 재벌과 신문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것을 포함하는 언론관계법을 성탄절 이후 상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9일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엠비시는 정명이 무엇인지 돌아볼 시점”이라며 민영화를 재촉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월권적인 이 발언을 방송 진출을 노리는 보수신문들이 거들고 나섰다.
정부와 보수언론, 그리고 시민단체의 외피를 입은 그들의 후원단체가 짬짜미를 하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산업논리 등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포장하고 있지만, 보수신문에 의한 여론 독과점이 심한 우리의 현실을 왜곡하는 궤변일 뿐이다. 위선의 탈을 벗어야 할 쪽은 두 공영방송이 아니라 정부·보수언론·공언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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