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5 21:07
수정 : 2008.12.25 21:07
사설
노동부가 그제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해고가 쉽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해고를 어렵게 한 근로기준법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임금·근로시간 등에 관한 근로기준법도 유연화하겠다고 했다.
노동부의 방침은 노동정책이란 외피만 쓰고 있을 뿐 재계에서 줄곧 요구해 왔던 친자본 정책이다. 요컨대 돈은 적게 주면서 일은 더 많이 시키고 여차하면 내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노동부가 재계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본분에 어긋난다. 가뜩이나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마당에 이런 민감한 정책을 들고 나오면 노사 갈등이 심화돼 경제위기를 넘는 데도 도움되지 않는다.
그동안 재계는 근로기준법상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제한돼 있는 해고 요건을 ‘경영상의 필요’로 완화하고, 해고 때 노조에 50일 전 통보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30일로 줄일 것을 요구해 왔다. 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경우 그런 민감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해고 요건을 경영상의 필요로 완화하면 해고가 쉬워져 고용불안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해고를 쉽게 하면 정규직 채용이 늘어날 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규직도 불안해지고 비정규직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사용이 자유로워야 일자리가 늘고 실업자가 줄어든다며 사용기간 2년을 연장하겠다고 했다. 고용사정이 나빠지면 기업은 사용기간이 2년이든 4년이든 비정규직부터 줄이려 들 것이다. 상황이 좋아져도 비정규직을 우선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신분은 더 불안해지고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길은 요원해진다. 지난해 7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정규직이 늘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보면 아무 근거 없이 보호장치를 없애는 셈이다. 현재 1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임금교섭 주기를 2년으로 연장하도록 지도한다는 방침도 우려된다. 임금교섭 주기가 길어지면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의 변화에 따른 요구를 제때 반영할 수 없게 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사회통합이 필수적이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상생을 꾀해야 한다. 정부가 기업 편에 서서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과 양보를 강요해서는 길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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