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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9 14:45 수정 : 2008.12.29 14:45

[사설]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를 맡은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검사가 사표를 낸다고 한다. 정기인사에 맞춘 명예퇴직 형식이지만, 여러 정황상 피디수첩 제작진 처벌을 요구하는 검찰 수뇌부의 압력 탓으로 보인다. 실제 임 검사는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성립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적 판단조차 용납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 아래 검찰의 막무가내식 풍토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피디수첩 문제는 검찰이 나설 일이 결코 아니었다. 피디수첩이 지난 4월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과연 안전한가’는 정부의 대외협상이 제대로 됐는지를 따진 것으로, 정부 감시자인 언론이 그 공익적 소임을 다한 것이었다. 설령 그 내용에 일부 잘못이 있더라도 해당 방송사 등 언론 테두리에서 스스로 따져 바로잡을 일이다. 그런 일에 정부가 나서 제재니 처벌이니 하며 들이대는 것부터가 자신의 잘못을 다른 쪽에 전가하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나아가 이 문제를 ‘방송 장악’의 핑계로 동원하려 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에 손을 빌려준 셈인 검찰도 ‘청부 수사’ 따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뚜렷한 처벌 근거가 없는데도 억지로 수사를 강행했고, 직접 증거가 없는데도 제 스스로 만든 자료를 주요 증거인 양 공개하며 함부로 결론을 내려 법률 전문가로서의 직업적 엄정성까지 내팽개쳤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로 인해 헌법과 헌법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데 있다. 공익적 가치를 지닌 언론 보도에 처벌이 전제되는 검찰권이 행사되기 시작하면, 곧 국가검열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제재는 언론의 소임인 비판과 고발 기능을 위축시킨다. 헌법상의 언론 자유는 그 순간부터 위태롭게 된다. 대다수 민주국가에서 언론 자유를 다른 어떤 법익보다 우선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임수빈 검사도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를 검찰 권력이 얼마나 침해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 답은, 언론 자유에 대해선 검찰이 스스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피디수첩은 이미 한국 언론 자유의 상징이다. 그에 대한 검찰 수사도 역사에 남을 일이 됐다. 만약, 검찰이 다른 검사를 내세워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처벌을 강행한다면, 헌법과 검찰 스스로에 먹칠을 한 부끄러움을 영영 씻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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