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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9 21:01 수정 : 2008.12.29 21:01

사설

이스라엘이 어제까지 사흘 연속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을 공습해 적어도 수백 명이 숨지고 그 몇 배가 다쳤다. 새 중동전이 시작된 듯한 분위기다. 이슬람권 전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기름값도 꿈틀거린다.

이스라엘 공습은 거의 무차별적이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를 겨냥했다지만 경찰서와 교도소, 대학과 공장, 난민캠프까지 목표물이 됐다.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많은 민간인이 숨졌다. 하마스가 주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점을 생각하면 이스라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하마스의 기반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사실상 모든 시설과 주민을 공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절반 크기에 150만명이 사는 인구밀집 지역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관련 시설만 골라서 공격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최근 로켓 공격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으나 이스라엘인 사상자는 한자릿수를 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 뜻을 숨기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해 중동 평화협상이 재개될 것에 대비해, 하마스보다 온건한 파타당만을 상대하도록 미리 판을 짜겠다는 것이다. 또 하마스가 물러서지 않고 분쟁이 확산되더라도 오마바 행정부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내년 초로 잡힌 이스라엘 총선 역시 이번 공격의 배경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 도박을 하는 셈이다.

하마스를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이런 태도는 잘못이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총선에서 승리했으며 지난해 6월부터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자지구를 봉쇄해, 이 지역 팔레스타인인들은 외부 원조마저 받지 못한다. 하마스의 일부 행태에 문제가 있더라도 존재 자체를 부인해서는 평화는 고사하고 대화조차 이뤄질 수 없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평화가 쉽게 얻어질 수는 없겠지만, 무력을 앞세워서는 피가 피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뿐이다. 아울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강경파의 목소리를 낮추고 대화를 진전시키려면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그간 강경기조 이스라엘의 후견인 구실을 해 온 미국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평화를 향한 태도를 분명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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