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9 21:07
수정 : 2008.12.30 01:42
사설
꽉 막힌 국회 상황을 풀고자 어제 하루 벌어진 이런저런 시도들이 결실을 얻지 못했다. 오전엔 김형오 국회의장이 나름의 중재안을 내놨고, 뒤이어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선택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가 좀더 구체적인 국회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저녁엔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창조모임 등 세 원내 교섭단체 대표들이 모여 두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덴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법안 처리시한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한나라당은 연내 처리 시한을 고집했고, 민주당과 선진창조모임은 합의 처리를 강조했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내년 1월8일까지다. ‘연내 법안 처리’라는 시한은 한나라당이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다. 국회 회기보다 여당이 정한 시한이 앞설 수는 없다.
더구나 방송법처럼 이견이 큰 법안들은 시한을 두지 않고 충분히 토론하는 게 중요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내년 1월8일까지로 쟁점법안 처리 시한을 한정하는 듯이 발언하는 건 옳지 않다. 방송법의 경우, 개정에 항의하는 방송사들의 총파업이 지금 진행 중이다. 사회적 논란이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다.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도 방송법의 쟁점이 뭐고 어느 쪽이 옳은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법안들에 대해 국회의장이 처리 시한을 정하고, 그 이후엔 직권상정이라도 할 것처럼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찬반양론이 뚜렷한 법안일수록 국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폭넓은 의견수렴을 해야 입법 이후에 후유증이 덜한 법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선진창조모임이 발표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합의문의 핵심은, 이번 회기 중엔 여야가 합의 가능한 민생법안만 처리하고 쟁점법안들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나중에 합의해 처리하자는 것이다. 사실 산업은행법 개정안 같은 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적지 않지만,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포장돼 버젓이 중점처리 목록에 올라 있다. 이런 중요한 법안이 개정을 논의하는데, 급박하게 시한을 둘 필요가 뭐가 있는가.
한나라당은 두 원내교섭단체의 합의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젯밤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서, 이대로 여야가 정면 충돌의 길로 가선 안 된다. 법안 처리 시한을 못박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만 벗어나면 타협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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