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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30 21:04 수정 : 2008.12.30 21:04

사설

또 한해가 저문다. 올해는 유난히 세밑까지 혼란스럽다. 국회에서 여야가 대치하고, 언론노조 파업이 여의도 삭풍 속에서 이어지고, 일터로 돌려보내 달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귓가를 맴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기에 온나라가 이렇게 혼돈과 갈등 속에 빠졌는가.

‘경제 살리기’를 내걸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대다수 국민의 열망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내각을 ‘고소영’ ‘강부자’ 인사로 채운 이 정부는, 힘있고 돈되는 자리에 자기 사람 심는 일부터 열심히 챙겼다. 그 과정에서 실정법은 완전히 무시됐고,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기관장들을 몰아내고자 감사원·국세청까지 동원했다. 완성된 것처럼 보였던 절차적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은 이 정부의 속성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 조처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해 촛불로 타올랐다. 촛불집회는 쇠고기 수입에만 반대한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총체적 항의였다. 대운하 건설, 공기업 민영화, 교육 시장화 등등 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다수 국민보다는 소수 기득권층을 위한 것이었기에 국민의 저항은 거셌다. 하지만, 이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경찰력을 동원해 촛불시민들의 절규를 철저히 짓밟았다. 우리 사회는 20년 전, 민주화 이전의 폭압적인 독재정권 시절로 되돌아갔다.

실용을 내세운 이 정부는 이념논쟁으로 한 해를 보냈다. 그동안 역사학자들의 학문적인 검증과 토론을 거쳐 완성된 역사교과서는 교육당국에 의해 정권 입맛에 맞게 뜯어고쳐졌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박정희를 ‘산업화의 영웅’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마침내는 광복회가 건국훈장을 반납하겠다고 결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정부는 헌법에 명문화된 임시정부의 법통까지 무시하며 이 나라를 이념적으로 ‘수구·우익’의 나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또 어떤가.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날이 개선되던 남북관계는 이 정부 들어 완전히 얼어붙었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북한 ‘무릎꿇리기’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되면서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은 완전히 끊겼고, 인도적인 식량지원도 사실상 중단됐으며, 남북경협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던 국내기업들은 손을 놓고 있다. 남북관계 단절로 누가 무얼 얻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살림살이라도 좀 나아지면 좋으련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경제위기로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서민·중산층을 위한 정책은 소홀히한 채, 4대강 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이 나라를 온통 공사판으로 만들고 있다. 몇몇 대기업과 건설업자들의 배만 불릴 이런 ‘삽질 경제’로는 경제 살리기는 요원하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은 태평성대다. 어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승수 총리는 “대통령은 대외관계 일들을 잘하시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나라로서도 복된 일”이라고 아첨을 떠는가 하면, 강만수 장관은 “원없이 돈 써 본 한 해”였다며 경제위기로 뻥 뚫린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돌아보면 국민에게 실망과 절망과 분노를 안겨준 이명박 정부 일 년이었다. 그래도 더 나은 내일이 있으리란 기대로 또 새해를 맞는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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