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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기울여야 할 ‘학생 인권’ 외침 |
지난주말 내신등급제 등 경쟁 위주 교육에 항의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던 고교생들이 이번주말에는 머리칼(두발) 제한 폐지를 요구하는 거리축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고교생의 연이은 집단행동에 학교와 정책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어쩌면 학생들의 이런 움직임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청소년, 특히 고교생들을 견디기 어려운 압박 속에 가둬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학생들이 ‘두발 제한 폐지’를 들고 나왔지만, 그것은 함부로 훼손당하는 학생인권의 한 상징일 뿐이다. 집회 차림으로 학생인권 침해 사진전, 학생들의 자유발언, 교사상대 교칙 선포식, 학생인권 수호 청소년 선언 등이 계획되고 있는 데서 그 속뜻이 잘 드러난다.
교복 자율화 바람과 함께 명문 규정으로는 사라진 머리칼 모양 제한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은 교사를 포함한 어른들의 끈질긴 선입견 탓이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기억만 가지고 획일적으로 강요된 학생들의 모습을 단정하고 교육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래세대에게 그것은 아름답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 어른들은 자신이라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규제를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칙보다 길다고 가위를 들고 머리칼을 강제로 자르는 수모와 폭력을 어른들 자신이라면 받아들이겠는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그것은 오히려 더 큰 상처일 수 있다.
“학생 인권을 보장하라!”는 학생들의 외침은 당연하다. 학교와 정책 당국은 집회를 막을 방법을 찾기보다 학교 안의 인권을 되돌아 보고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요즘 아이들 하자는 대로 다 들어 주었다간 무슨 일이 날지 모른다”고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책임은 자율에서 나오고, 자율은 자유에서 싹튼다. 이번 집회를 ‘축제’로 기획한 학생들의 모습에서 이미 조심스러운 기지가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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