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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1 20:32 수정 : 2009.01.01 20:32

사설

국회가 일단 최악의 충돌은 피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연말에 발동한 질서유지권의 강제적인 집행을 유보하고, 여야가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한 덕택이다. 어제는 국회의장실 점거농성도 풀렸다. 격돌 직전에 각자 한발씩 양보해 파국을 막고 대화 분위기를 넓혀 나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갈수록 어려운 시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날치기 상정 때처럼 국회에서 또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면 국민들이 느낄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하다.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다 여권 일부는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언제든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특히 청와대가 강경자세를 버리지 않는 것은 이런 가능성을 더해 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 관련 법과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등을 어떻게 해서든 이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이런 의견을 여당 지도부에게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심지어 김 국회의장에게까지 직접적인 압박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가 밀어붙이기를 사실상 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에서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가장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청와대의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청와대의 지침이 확고한 상황에서 여야 협상이 열매를 맺을 리 없다. 국회 운영은 여야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로만 떠들 뿐이지 실제로는 여당이 벗어날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의 지침은 민주적인 원칙이나 기준에서도 한참 어긋난다. 최대 쟁점인 방송 관련법의 경우 국민 다수와 당사자인 방송계 전체가 반대하고 있다. 법안으로 제출됐더라도 당연히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도 생략한 채 정한 시일 안에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은 독재적인 발상이다.

정국을 정상화할 열쇠는 이 대통령이 쥐고 있다. 순리를 따르면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방송법안 등 시급하지 않고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한 사안들은 다음으로 넘기고, 이번에는 여야간에 합의된 것만 처리하면 된다. 지침을 바꾸기 민망하면 우선 국회 일에서 손부터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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