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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2 19:43 수정 : 2009.01.02 19:43

사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세밑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학원에서 요청한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의 설립을 최종 인가했다. 자사고는 공교육 체제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큰 논란거리가 돼 왔다. 그런데 하나고의 경우, 입학 정원의 20%를 임직원 자녀를 위한 특별전형으로 배정해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하나학원 쪽의 교육 공공성에 대한 몰이해다. 하나학원의 태도는 공교육 체제 내에 있는 학교를 특정기업의 사원복지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이는 대학 입시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기여입학제를 고교 수준에서 변형해 적용하는 꼴이다. 물론 자사고 설립지침은 전형방법의 다양화·특성화 방안을 적극 강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의 다양화·특성화는 학생의 소질·적성·창의성 등을 반영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지, 사회적 약자가 아닌 특정계층에 특혜를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기에 지난해 초 하나학원의 인가 신청 내용에 자사 임직원을 위한 특별전형이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또다른 문제는 하나고 설립에는 서울시민들의 혈세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하나고는 서울시가 650억원이나 들여 조성한 터에 들어선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세금을 특정기업 임직원 자녀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데 쓰는 셈이다. 이런 특혜를 요구하는 하나학원이나 온갖 비판을 물리치고 그 요구를 들어준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의 배짱에 놀랄 따름이다. 그러니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교육감 선거 당시 공정택 교육감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성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인가가 앞으로 다른 자사고나 자율형 사립고 설립의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 설립 주체가 특별전형을 자신의 입맛대로 활용한다면, 이 정권 들어서서 그러잖아도 전면적인 위협에 처한 공교육 체제가 근본에서부터 흔들리게 된다.

공식인가가 난 마당에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하나학원이다. 특혜를 유지해 다수 국민의 비판의 표적이 되는 것과 전형방법을 바꿔 최소한의 양식을 유지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장기적 이익에 부합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예정대로 2010년 개교하더라도 아직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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