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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4 22:16 수정 : 2009.01.04 22:16

사설

새해 첫 주말이 국회의사당의 격한 충돌로 얼룩졌다. 주말 내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국회 경위들의 야당 당직자 강제해산 작전은 가뜩이나 추운 국민 마음을 더욱 시리게 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국회는 언제까지 이런 모습만 국민에게 보여줄 건지, 답답할 뿐이다.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의 국회 농성을 잘한다고 옹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 토요일 전격적으로 경위와 방호원들을 동원해 민주당·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을 국회에서 강제로 끌어내려 한 건 성급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는 지난주 금요일 막후 협상을 통해 쟁점 사안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았고, 6개 항의 가합의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그날 밤 여야 내부의 강경 기류에 밀려 거부되긴 했지만, 어쨌든 극한 대결을 피할 수 있는 타협의 불씨는 살린 셈이었다. 이런 시점에 갑자기 경위와 방호원들을 동원해 물리적 충돌을 빚게 한 것은 타협을 통한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질 못했다고 본다.

물론 청와대와 한나라당 강경파들의 거센 압력이 김형오 의장에겐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됐으리란 걸 짐작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바라봐야 할 건 국민이지, 청와대나 한나라당 강경파가 아니다. 의사당내 질서 유지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회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질식하는 걸 막는 일이다. 국회의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야간 타협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일을 포기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김형오 의장이 어제 성명을 통해, 직권상정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면서 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장에게 중요한 건 국민과 역사의 평가지, 옛 소속 정당과의 의리나 대통령과의 친분이 아니다.

아직 타협의 시간은 남아 있다. 여야는 이미 지난주에 몇몇 핵심 쟁점에서 중요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방송법 등 미디어 법안들과 금산분리 관련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과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 법안은 ‘협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의 가합의안에 대해선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양쪽 모두에서 나오지만, 어쨌든 이 정도 진전된 안을 바탕으로 해서라도 여야 원내대표들이 지금 당장 추가 협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너무 휘둘려선 안 된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에서 나오는 일부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발언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한 격렬한 비난뿐 아니라,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의 불신임 주장까지 서슴없이 거론하고 있다.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회의장을 바꾸겠다는 건 독재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발상이다. 사태를 자꾸 꼬이게 하는 건 방송법을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강행 처리하려는 청와대의 욕심이다. 일부 친이명박계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독립적 입법기관이 아닌 권력의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일을 더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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