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05 20:58
수정 : 2009.01.05 20:58
사설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의문시되고 환경 피해가 우려돼 10여년 논란이 됐던 사업이다. 2003년에는 감사원이 사업중단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국토해양부가 일사천리로 사업 재개를 결정하고 당장 3월 착공하겠다고 나선 것은 전형적인 밀어붙이기다. 타당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삽을 뜬 지방공항처럼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인운하 자체의 타당성도 문제지만, 치수사업이 운하사업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보면 대운하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경인운하와 대운하가 별개라고 하지만 경인운하를 이른바 선도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듯하다. 경제성이 그나마 있는 경인운하를 본보기로 내세워 4대강의 물줄기를 잇는 수순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만드는 방수로를 조금만 넓히고 더 깊이 파면 운하가 된다는 논리는 4대강 정비사업의 앞날을 가늠하게 한다.
국토해양부는 한국개발연구원에 경인운하의 타당성 재검증을 맡긴 결과 비용수익비율이 1.07로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환경문제는 몇 차례 보완대책으로 쟁점사항을 해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강과 인천 앞바다를 18km의 뱃길로 이어서 경제성이 있다는 것은 부풀려진 계산이며, 환경문제 또한 보완되기는커녕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찮다.
2003년에는 다름 아닌 감사원이 비용편익은 0.76에 불과하고 해양오염과 생태계 파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업중단을 권고했다. 당시 감사에선 건설교통부가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분석 결과를 왜곡·과장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가 국책 연구기관에 전방위적 압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도 믿기 어렵다.
경인운하는 굴포천 홍수 피해를 막고자 애초 40m 폭의 방수로를 만들기로 했던 사업이다. 그러던 것을 1991년 정부와 민간의 건설족들이 폭을 80m로 넓혀 치수사업과 운하건설을 연계하자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슬그머니 부풀렸다. 결국, 2500억원이면 되는 굴포천 종합 치수사업은 2조5천억원 규모의 대형 건설공사가 됐다. 대운하 건설을 위한 본보기 사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더는 대운하를 건설하려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경인운하 건설부터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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