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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국회에서 타협 정신을 배워야 |
20일 동안 극한 대치를 계속하던 국회가 모처럼 국민 마음을 가볍게 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어젯밤 쟁점 법안들의 처리시한과 방식 등을 담은 10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한 건 바람직했다. 서로 주고받기를 하다 보니까 개개 내용에선 미흡한 구석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파국적인 충돌을 막고 타협을 통한 입법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를 계기로 여야는 앞으로도 힘의 대결보다,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길을 찾아나가길 바란다. 다시는 날치기니 본회의장 점거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국회가 경제위기 극복과 국론 조정의 중추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타결 내용을 보면, 다수의 쟁점 법안들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게 눈에 띈다. 이번 기회에 방송법처럼 여야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법안들은 시한을 두지 말고, 어떻게 고치는 게 바람직한지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입법과정에서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분열을 피할 수 있다.
국회 대립과 타결 과정이 여야 지도부 및 청와대에 준 교훈은 작지 않을 것이다. 여든 야든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관철시키려 해선 안 된다는 걸 배웠으리라 본다. 뜻을 관철시키려면, 우선 국민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서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 특히 청와대는 타협과 협상의 정신을 배웠기를 바란다. 사실 국회가 이렇게 오래 파행을 겪은 데엔, 방송법을 비롯한 일부 쟁점 법안들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 한 청와대 책임이 컸다. 어제 언론 당정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부의 방송법 홍보 부족을 질타했다는데, 여당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법안을 밀어붙이려 한 잘못을 깨달아야 한다.
권력이란 강한 힘을 갖고 있어도 그 힘을 함부로 쓰면 안 되는 법이다. 하물며 지금 이명박 정권은 다수 여론의 지지는 물론이고 한나라당 내부 지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만큼 취약하다. 그렇다면 먼저 손을 내밀고, 타협하고, 비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론을 거슬러선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국회의 극적인 타협에서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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