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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9 19:25 수정 : 2009.01.09 19:25

사설

미네르바 사건에서 족벌언론들이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은, 나이·학력·직업 같은 신상정보였다. 한 중앙일간지는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무직, 공고-전문대 졸, 경제학 독학 따위를 늘어놓았다. 가짜의 근거는 결국 낮은 학벌이었다. 학벌이 못났으니, 그의 글도 변종 바이러스로 취급당했다.

그러나 한국의 권력집단은 이런 발표와 보도를 통해 자신의 천박한 학벌주의만 발가벗겼다. 그들의 주장은, 미네르바는 전문대를 졸업한 비전공자이므로 설사 그의 전망과 분석이 옳아도 가짜이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라는 것이었다. 그런 일은 잘난 학벌만이 할 수 있다는 투였다. 강부자·고소영 정권이 교육 양극화를 극대화하는 교육정책으로 가진자들만이 최고 학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학벌주의가 주류집단의 지배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학벌사회만큼 그들의 지위와 부를 세습하고, 계급의 벽을 공고히 하는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족벌언론은 그동안 중산층 서민을 학벌주의 주술에 옭아매고자 주력해 왔다. 2005년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순진하게도 대졸 대통령론을 꺼내기도 했다.

이번에 붙잡힌 사람이 미네르바가 맞다면, 사실 가장 부끄러워할 집단은 바로 그들이다. 그 잘난 학벌과 권력을 갖고도, 분석·전망·대책이 얼마나 엉터리였으면, 일반 대중이 미네르바에게서 대안을 찾고자 열광했을까. 그의 못난 학벌은 오히려 그늘에 묻혀 썩어가는 인재들의 존재와, 그 잘난 학벌에 가려진 권력집단의 탐욕과 무능을 고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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