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11 21:29
수정 : 2009.01.11 21:29
사설
경인운하의 경제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인운하의 비용 대 편익 비율을 1.07로 산정해 ‘경인운하 건설이 경제성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비용·편익 비율을 계산하면서 비용은 낮추고, 편익은 부풀렸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는 것이다.
우선, 경인운하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자. 경인운하는 애초 굴포천 수해 방지 차원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처음에는 굴포천 방수로 너비를 40m로 계획했다. 그러다가 경인운하를 염두에 두고 그 폭을 80m로 넓혔다. 그렇다면, 당연히 추가된 40m 공사비는 경인운하 건설비용에 포함하는 게 맞다. 하지만, 개발연구원은 이를 사업비에서 제외했다.
경인운하의 편익은 오히려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편익 조사에서 핵심은 물동량이 얼마나 될 것이냐다. 개발연구원은 일반 컨테이너선을 전제로 비용·편익 비율을 계산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에 ‘강-바다 겸용선’(RS선)을 띄우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발표대로 겸용선을 이용하려면 화주들의 부담이 늘어나 물동량이 줄게 된다. 결국 편익을 늘리느라 화주들의 수요가 많은 일반 컨테이너선을 기준으로 수요예측 조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실제 조사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초 대운하의 경제성 분석을 할 때 벌인 수요예측 조사를 재가공해 사용했다고 한다. 정부가 경인운하를 밀어붙이려 편법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렇게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부풀려 겨우 꿰맞춘 비용·편익 비율이 1.07이다. 돈 100원을 들여 7원의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이라는 셈이다. 만약 지금 제기되고 있는 사안들을 고려해 다시 계산하면 비용·편익 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져 경인운하는 경제성 없는 사업이 된다.
정부의 경인운하 강행을 경제논리로 뒷받침해 준 것이 개발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들이다. 정부 영향 아래 있는 국책 연구기관이 정부 시책과 동떨어진 보고서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객관적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정부 정책을 뒷바라지하면, 그 순간 국책 연구기관은 곡학아세나 일삼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다. 개발연구원은 제기되고 있는 여러 쟁점을 면밀히 검토해 경인운하의 경제성 여부를 다시 따지기 바란다. 그 길만이 최소한의 학자적 양심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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