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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2 20:53 수정 : 2009.01.12 20:53

사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씨를 무리하게 구속한 검찰이 웃음거리 자충수를 계속 두고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긴급공문을 보냈다’는 내용을 담은 박씨의 글이 허위라고 했다가 겸연쩍게 되자, 이번에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그의 글이 외환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29일 박씨가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직후, 달러 매수세가 폭증해 환율방어에 추가로 20억달러의 외환을 소모했다는 것이다. 또 평소와 다른 비정상적인 자금흐름이 발생했으며, 외환시장과 정부가 실제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강변한다. 검찰은 기획재정부 공무원 등을 조사한 결과, 그러한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빈약하며 황당하기까지 하다.

지난 연말 투자자들은 누구나 당국이 종가 관리 차원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을 알고 있었다. 언론은 당국과 달러 매수를 노린 세력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될지 전망하는 기사를 내보냈으며, 정부 당국자는 금융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비보도로 알렸다. 이를 노린 투자자들이 달러 매수에 나선 것이다. 정부도 매수 증가의 부작용을 사전에 인식하고 있었다.

박씨가 글을 올린 오후에 개인 매수가 많이 나왔다는데, 원래 개인 매수는 장 막판에 몰린다고 한다. 정부 말대로 미네르바 영향이 컸다면 개인들은 29일 순매수가 가장 많아야 했다. 하지만 박씨가 글을 내리고 난 뒤인 30일 순매수가 더 많았다. 박씨의 글이 달러 매수를 부추겼다고 보기 어려우며 12월 하루평균 거래량을 넘어서는 20억달러를 몽땅 그 탓으로 돌리는 것은 터무니없다.

애초부터 무리하게 법적용을 한 검찰이 궁지에 몰려 무리수를 두는 건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아이에게 뺨 맞고 이르는 어른 같은 기획재정부가 더 한심하다.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미네르바가 눈엣가시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외환시장이나 국가신인도가 그에 좌우될 수 없음을 재정부 공무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누워서 제 얼굴에 침뱉기를 할 게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지고 시장 신뢰회복부터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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