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1.13 20:37 수정 : 2009.01.13 20:37

사설

전군표 전임 국세청장의 부인인 이아무개씨가 한상률 국세청장 내외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값비싼 그림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한 청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2007년 초 국세청 1급 인사를 앞두고 부부동반 저녁자리에서 그림을 받았다는 이씨의 진술은 일관성이 있고, 상당히 구체적이다. 전 전청장은 다른 인사청탁과 금품수수 혐의로 수감 중이다. 이씨가 남편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일부러 꾸며서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씨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국세청 전·현직 청장 사이에 전형적인 공직비리가 버젓이 벌어진 충격적인 일이다. 이씨는 한 청장 내외가 경쟁자의 사퇴압박 시나리오 같은 것을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다. 복마전이 따로 없다. 신뢰가 생명인 세정기관이 뇌물과 상납, 인사청탁에 오염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사정 당국은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한 청장은 지난해 새 정부 출범이후에도 유임이 되자 “온몸을 던져서라도 인사청탁을 막겠다”고 강조했던 사람이다. 전임 청장들이 이권과 청탁 비리로 줄줄이 구속된 터라 한 청장의 결단은 관행처럼 굳어진 국세청의 인사비리를 깰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전임 청장이 인사청탁 비리로 구속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현직 청장이 뇌물 상납 의혹에 휩싸였으니 할말이 없게 됐다.

이씨는 한 청장의 유임을 저지하고자 폭로한 듯한데, 청장 인사와 관련해 벌써 특정지역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등의 얘기들이 나돈다. 청장부터 정치권에 줄을 대면 능력과 신망은 뒷전이고 줄대기 인사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인사 외압부터 막아야 한다.

국세청은 십수년째 쇄신을 다짐하고 있지만 걸핏하면 비리가 터져 나온다. 고질적인 세무 관련 부패 역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주성 전청장은 업체에서 고가의 아파트를 뇌물로 받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금품을 챙겼다. 비리와 부패의 관행이 뿌리가 깊으며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개혁을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민간 감독기구 설치, 세무공무원 청렴성·투명성 의무 확대 및 처벌 강화 등 세무당국의 우월적 위치를 견제할 방안을 제안해 두고 있다. 국세청이 근본적으로 쇄신하자면 이런 권고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