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14 20:43
수정 : 2009.01.14 20:43
사설
임기가 1년2개월 남은 포스코 이구택 회장을 사실상 현정권이 낙마시켰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수장을 전리품처럼 여겨 정권 입맛에 맞추려는 구태는 사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포스코는 지배구조 선진화의 모범사례로 꼽혀 왔다. 정부가 그 싹을 자르면 독립적이고 투명한 전문경영 체제는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청와대 쪽은 포스코가 민간기업이라며 외압설을 부인하지만, 이 회장이 앞 정권 사람이고 정권이 바뀐 만큼 새 사람이 들어서야 한다는 기류가 여권에서 강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주성 전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조사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로 압박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뚜렷한 혐의가 잡히지 않았으며 최근까지 물러날 뜻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2월 주총에서 연임된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경영을 잘해 왔고, 파이넥스 신기술 제철소를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그뿐 아니라 국제철강협회 회장직에도 오르는 등 세계적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탄탄히 굳혀 왔다. 이 회장은 15일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기로 했다는데, 경영상의 잘못이나 비리가 없어 결국 부당한 외압이 관철된 것이다.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율이 40%가 넘고 소유가 분산된 민간기업이다. 정부 지분은 한 주도 없어 정부가 경영에 개입할 근거가 전혀 없는데도 포스코를 흔드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구태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 회장이 정권에 비협조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미뤄 볼 때, 회장이 친정권 인사로 바뀌면 이권개입이나 청탁 같은 부작용이 따를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된다면 경영의 안정성과 투명성은 당연히 저해될 것이다.
포스코는 9인의 사외이사가 회장 후보를 추천하며,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해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회장의 경영활동을 감시·견제하는 선진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회장 선임 기구와 경영 시스템이 투명성과 책임경영을 확산시킬 수 있는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배구조를 훼손하는 것은 포스코의 대내외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며, 그것은 포스코나 국가 경제에 두루 손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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