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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5 20:06 수정 : 2009.01.15 20:06

사설

국세청 인사 추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전·현직 청장이 인사 청탁과 함께 값비싼 그림을 주고받았다는 폭로에 이어, 한상률 청장이 공교롭게도 인사철에 대통령 형제와 가까운 사람들을 일부러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한 청장의 행동에는 의심쩍은 구석이 적잖다. 그는 지난 세밑 해당 지방청장조차 잘 참석하지 않는 지방세무서 신축 행사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경북 지역을 찾았다. 행사와 무관한 골프와 저녁식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친구·후배, 그리고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측근 국회의원·지역 인사 등을 두루 만났다. 그 중 몇몇은 ‘정권 실세’, 곧 이 의원에게 줄을 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들로 꼽혀 왔다고 한다. 여러모로 인사청탁을 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대통령의 형을 통하면 이뤄지지 않는 게 없다는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시중에 파다한 마당이다.

대통령 친인척에게 비공식 권력이 생기면 큰 부작용이 빚어진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이미 충분히 겪어 아는 일이다. 가까이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온갖 청탁 의혹을 받다가 마침내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통제받지 않는 힘은 썩기 마련이라는 생생한 사례다.

지금 이상득 의원에게도 그런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는 아니라고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좋은 자리’를 노린 접근이 이어지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정부 요직이 그와 가까운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얘기는 이미 공공연하다. 훌륭한 경영성과를 올린 이구택 포스코 회장의 이해 못할 사임을 두고도 포항 출신인 이 의원과 불편한 관계 때문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청탁에 인사 문제만 있진 않을 터이니, 이권개입 논란 등 더한 사달이 날 가능성이라고 없을까. 한 청장에게 몇몇 기업의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무시 못할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이번 일은 한 청장의 사퇴 등 인사조처만으로 덮을 일이 이미 아니게 됐다. 그랬다가는 또다른 흑막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만 사게 된다. 검찰은 수사 범위를 미리 한정하지 말고, 제기된 의혹을 남김없이 풀겠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누군가에게 불똥이 튈까 망설이다간 의혹만 키울 뿐이다. 덮겠다고 덮을 수 있는 의혹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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