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16 18:59
수정 : 2009.01.16 18:59
사설
집권 기간 미국과 세계에 커다란 고통과 상흔을 남겼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어제 오전(한국시각) 고별연설을 하고 자신의 ‘8년 재임’을 정리했다. 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 백악관을 넘길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모든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좌절을 경험했다며, “다시 기회가 온다면 다르게 행동할 사안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가 이익이 최우선임을 명심하고 행동해 왔다며, 자신이 내린 결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제가 기꺼이 그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는 점만은 동의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임기 초 ‘9·11 사건’으로 미국 본토가 공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경험했음을 상기시키고, 그 후 국토안보부를 신설하는 등 미국의 안전을 지켜내고자 최선을 다했다는 등 자신의 업적을 열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안팎의 평가는 냉정하다. 지지율은 역대 최저수준인 20%대에 머물고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되리란 전망도 쏟아진다. 그가 남긴 유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두 개의 전쟁과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실추된 미국의 대외이미지 등인 점을 고려하면 그럴 만도 하다. 이제 그는 떠나지만 미국민들은 그가 “기꺼이 내린 어려운”, 그러나 ‘잘못된’ 결정의 대가를 앞으로도 상당기간 치러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미국민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대가기도 하다.
그러나 부시를 선택하지 않았고 선택할 수도 없었던 세계인들 역시 그로 말미암아 많은 고통을 겪었고 겪고 있다.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해 수십만명의 민간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고 수백만명을 유랑자로 떠돌게 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부시의 주장과는 달리 세계를 더욱 불안전한 곳으로 만들었다. 한반도 역시 그의 대결적 대북정책의 결과, 핵무기의 위협을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부시의 실패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능한 지도자의 독선이 빚어낸 결과다. 그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앞에서 허둥대기만 할 정도로 무능했다. 그럼에도 다른 이들의 충고에 귀 막은 채 세상을 적과 동지로만 보는 단선적 사고를 고집하다 세계와 자국민으로부터 외면당했다. 비슷한 이유로 지지기반을 상실해 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래도 낙관할 수 없다. 부시를 반면교사로 삼기를 권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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