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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6 19:00 수정 : 2009.01.16 19:00

사설

대법원이 그제 현대차그룹의 로비스트 김동훈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로 ‘현대차 로비’ 사건이 사실무근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일 때는 그 신빙성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돈을 줬다는 김씨의 진술 외에 다른 보강증거가 있는 연원영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에 대해선 원심대로 유죄를 확정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검찰과 법원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대법원은 돈을 줬다는 사람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는 그 신빙성을 하나하나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항소심이 로비자금 출처 대부분에 대한 김씨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면서도 뚜렷한 근거 없이 일부는 인정할 만하다고 판결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재판 과정에선 경시되기 일쑤였던 무죄추정 원칙을 되새긴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김씨의 경우 “로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받은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가 인정되는 궁박한 처지”라며, 그 진술을 전적으로 믿을 순 없다고 밝혔다. 진술 증언의 신빙성을 따질 때는 그 이해관계도 살펴야 한다는 법원의 이런 판단은, 검찰이 도입하려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이 무리하게 ‘사건’을 만들려고 범죄 관련자의 궁박한 처지를 악용해 무리한 증언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서도 어떤 식으로든 검찰의 실적주의나 공명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많은 마당이다.

애초 이번 사건은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를 위해 변 전 국장을 잡아 가두려 벌인 ‘별건 수사’였다고 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약점을 들추고 으름장을 놓는 일이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있다. 그렇게 혐의와 무관한 일로 사람을 구속하고, 물증을 찾는 대신 약점 따위를 찾아 원하는 진술을 하라고 들이대는 것이 정상적인 수사기법이나 관행으로 용인되는 일이 더는 계속돼선 안 된다. 한 사람이라도 무고한 시민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사법 정의의 대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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