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16 19:00
수정 : 2009.01.16 19:00
사설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군 의문사위)가 종교적인 이유로 총 들기를 거부했다가 숨진 ‘여호와의 증인’ 신자 5명에 대해 “국가의 반인권적 폭력과 가혹행위로 숨진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20~30년 전인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때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군 의문사위의 조사 내용은 충격적이다. 집총을 거부한 사람들에 대해 “콘크리트 물탱크에 머리를 집어넣었다가 꺼내는” 물고문을 가하는가 하면, “곡괭이 자루로 1시간 반 동안 때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가혹행위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도 당국은 ‘훈련 중 사망’, ‘심적 부담에 따른 자살’ 등으로 이들의 사인을 거짓으로 꾸몄다.
지금이라도 군은 희생자들을 빨갱이로 몰아 가혹한 폭력을 가했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이런 범죄적 행위에 대한 국가의 배상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국가 폭력에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서도 그동안 도리어 죄인 취급을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했겠는가.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양심적 집총 거부자에 대한 직접적인 가혹행위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이들을 감옥에 가두는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병역 거부로 최소한 한 해에 400명 이상이 수감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전에는 꿈 많은 젊은이 수백명을 매년 범죄자로 만드는 모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미 1987년에 “사상과 양심, 종교적 자유의 정당한 행사”라고 규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다. 보편적인 인권을 존중하고,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면 마땅히 대체복무제를 애초 계획대로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군 의문사위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기 바란다. 언제까지 개인의 양심을 국가가 훼손하고 억누르는 인권 후진국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통일 전 서독이나 분단국인 대만도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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