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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사회의 슬픈 뒷모습 |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한 개그맨이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다른 유명 우스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선배가 운영하는 소속사와의 계약이 ‘노예계약’이라고 폭로하고 나섰다. 따져보면, 두 사건 모두 선후배 사이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낡은 관행에서 비롯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일이 직업인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것들이라 더욱 씁쓸하다.
폭행사건은 관용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일을 고자질했다고 더욱 심하게 때린 것은 폭력배나 진배 없는 행동이다. 같은 기수의 후배 개그맨들을 모두 모아놓고 벌을 주거나 폭행을 하는 일이 이번뿐이 아니었다니 한심한 일이다. 연륜과 기수를 중시하는 문화는 우리 사회에 뿌리가 아주 깊다. 그러나 평소에 선배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큰소리로 인사한다는 개그계의 관행은 조직폭력배를 연상시킨다.
계약금은 없고, 계약기간은 10~15년에 이르는 부당계약 문제도 개그계의 잘못된 위계질서와 무관하지 않다. 후배들은 “소속사 쪽이 계속적인 방송 출연을 조건으로 계약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한다. 이면계약을 거부하다 출연을 못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거스르기 어려운 개그계의 위계질서를 활용한 선배의 폭력이나 다름없다.
지난달에는 한 프로 배구단 감독이 후배 선수들을 폭행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학교에서도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는 일이 간혹 일어난다. 대개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인데, 군대도 아닌 데서 무슨 ‘군기’를 잡을 일이 있는가. 모두 낡은 군사문화의 잔재다. 힘으로 강요하는 권위는 권위가 아니라 폭력일 뿐이다. 진정한 권위는 스스로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할 때 생긴다. 연예계의 다른 분야에서도 잘못된 위계질서로 인한 문제가 많았으나, 많이 고쳐졌다. 이번 사건이 개그계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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