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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8 21:18 수정 : 2009.01.18 21:18

사설

<한국방송>(KBS)이 엊그제 이병순 사장의 결재를 거쳐 기자와 피디 세 명에게 파면과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시위 주도, 기물 파손, 근무기강 문란 등 사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댔지만, 사장을 정권 뜻대로 바꾸려는 불법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고 ‘낙하산 사장’ 취임을 반대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을 표적으로 한 것이니 사실상 보복이다. 케이비에스 출신이라는 이 사장은 후배들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 후배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고자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같은 날 <와이티엔>(YTN) 구본홍 사장은 보도국장 선거에서 나머지 후보들의 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를 제쳐두고 다른 이를 국장으로 임명했다. 국장 선거로 갈등 해결의 길을 열자는 구성원들의 뜻을 외면한 것이니, 분란은 외려 더 심해지게 됐다. 구 사장이 자신의 낙하산 취임에 반대한 기자 6명을 해고한 사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터다.

두 방송사가 겪고 있는 몸살은, 정권 뜻에 따라 임명된 ‘낙하산 사장’이 절차적 정당성과 내부 화합을 찾기는커녕 갈등과 반발을 부르는 일방통행식 강경책을 예사로 동원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방송사 사장들은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존중도 없이, 가혹하다 못해 잔인하고 야만적이기까지 한 징계를 서슴지 않았다. 방송의 독립성과 내부 시선은 아예 외면한 듯한 이런 모습들을 보자면, 그 배경과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청와대와 한나라당, 방송통신위 등은 방송장악을 위한 개악 입법 재추진을 서두르고 있는 마당이다.

이병순 사장 체제의 한국방송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이미 파다한데도, 정권 내부에선 여전히 성에 차지 않아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들 낙하산 사장이 그런 기류만 좇아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무력화하려 나선 것이라면,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제 본격화한 셈이 된다.

그런 일이 뜻대로 이뤄질 순 없다. 몇몇을 해고해 전체 방송·언론인들의 굴종과 침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그런 시도는 더 큰 저항을 불러올 뿐이다. 그보다는 어떻게든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헛된 꿈부터 포기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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