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1.19 21:07 수정 : 2009.01.19 21:07

사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 통합과 인적 쇄신의 가능성을 희미하게나마 기대했던 국민에겐 실망만 되돌아왔다. 어제 단행된 장·차관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폐쇄적 인식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청와대 혼자 북 치고 장구 쳤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일 정도다. 한나라당 의원의 입각 여부가 국민 관심사는 아니다. 다만, 여당 지도부 의견조차 귀기울여 듣지 않는 정권이 국민과 야당 의견을 제대로 들으리라 기대할 수 없다.

이번 개각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건, ‘누가 뭐라든 내 갈길을 가겠다’는 이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이다.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전격 복귀는 그런 이명박식 인사의 정점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촛불시위 와중에서 ‘인사 전횡’의 비판을 받고 물러났던 인물이다. 집권 초기 국정 난맥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그를 부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자리에 재기용한 것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촛불시위 이전의 인식과 태도로 완전히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의 교과부 차관 기용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압적인 통치 행태를 강화했지만, 이번 인사는 그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전례 없는 경제위기도 이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을 바꿀 만한 변수는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자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려다 쓰는 게 뭐가 문제냐, 결과로 평가받으면 될 게 아니냐는 생각을 이 대통령은 하는 것 같다. 집권 2년차를 확실하게 자기 방식대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대통령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그게 대통령과 기업 최고경영자의 차이다. 국정 운영이란 대통령 혼자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 나머지 사람들을 손 놓고 그냥 지켜보게 해서는 곤란하다. 국정 운영이란 수도 없이 반대편을 설득하고 타협하면서 자신의 뜻을 관철해 가는 과정 자체다. 마음대로 한번 해 보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물러나면 되는 기업 경영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명박식 독선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내일 새벽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열차를 타고 워싱턴에 입성했다. 국민통합의 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같은 시간, 이 대통령은 충성심 강한 측근들을 재기용하는 인사를 했다. 미국민의 80%가 오바마에게서 희망을 본다고 했는데, 지금 이 대통령에게서 희망을 찾는 국민은 과연 몇프로나 될지 궁금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