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19 21:09
수정 : 2009.01.19 21:09
사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제 발간된 월간 <신동아>는 ‘미네르바는 개인이 아니라 그룹이며, 검찰이 구속한 박아무개씨는 그룹의 일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월간지는 자신이 주로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란 이름으로 글을 썼다는 이의 인터뷰까지 실었다.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검찰 주장과 이 월간지의 보도는 완전히 다르다. 월간지 보도가 틀린다면 기사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고, 검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정치적 목적의 조작 수사라는 손가락질을 모면하기 어렵다. 특히, 검찰이 엉뚱한 사람을 잡아 가둔 것이라면 그런 조처에 손을 들어준 법원까지 웃음거리가 된다. 언론이든, 사법권력이든 신뢰가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수사 과정을 보면, 적어도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문제가 된 12월29일치 ‘정부 긴급명령 1호’ 등 두 가지 글 말고,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나 서브프라임 사태 예측 등 미네르바의 성가를 올린 다른 글들에 대해선 자신이 썼다는 박씨의 진술 외엔 별다른 확인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주요 근거로 삼는 아이피(IP) 주소도 조작이 가능하다는데, 검찰은 이를 보강할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박씨에게 영장이 발부된 배경의 하나가 ‘미네르바가 지닌 사회적 영향력’이었으니, 글을 쓴 사람이 다르다면 구속 수사의 근거부터 흔들리게 된다.
정작 따져야 할 문제는, 이런 수사를 과연 해도 되느냐는 데 있다. 애초, 무한대의 인터넷 공간에서 엄청난 속도로 자유롭게 펼쳐지고 뻗어나가는 온라인상 토론과 주장을 통제하고 처벌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무리였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도 민심의 소리를 권력이 언제까지고 억누를 순 없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와 주장이 소통되는 지금, 그런 시도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표현의 자유 등 여러 기본권과 헌법정신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허둥지둥 억지 수사를 강행했고, 법원도 그런 ‘마녀사냥’ 식 수사에 맞장구를 쳤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홍길동이라고 여덟이나 잡아 가뒀더니 모두 짚으로 변한 꼴처럼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여론을 가두려 무리한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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