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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0 20:12 수정 : 2009.01.20 20:12

사설

어제 새벽 서울 용산의 철거지역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에 맞서던 철거민들이 여럿 숨지고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경찰도 한 명이 숨지고 여럿이 다쳤다. 목숨을 잃은 철거민 대부분은 경찰 진압 과정에서 불에 타 죽었다고 한다. 50여명의 철거민과 이들을 포위한 경찰 2천여명이 격렬하게 다투던 와중에 건물 옥상에 쌓아둔 시너가 폭발하면서 이런 일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죽거나 다친 이들의 상당수는 철거민이기 이전에 동네 가게나 생맥줏집 주인 등 평범한 서민이고, 이웃이었다. 국민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기에 일이 이렇게까지 되도록 몰아붙였을까.

참극의 일차 책임은 과잉 진압을 서두른 경찰에 있다. 경찰은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의 불법을 묵과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철거민들이 위험물을 지니고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마구 밀어붙였으니, 몇 사람쯤 죽거나 다쳐도 괜찮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짓이다.

철거민들의 농성이 시작된 지 불과 25시간 만에 경찰이 진압에 나선 것도 정상적이진 않다. 집단민원이 발생하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대화와 협상이 아예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이번 사태는 무리한 재개발 사업 추진 때문에 불거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철거민들이 항의에 나선 것도 법에 정한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한겨울에 거리로 내쫓긴 때문이라고 한다. 당사자들로선 생존의 문제다. 그런 일에 정부가 중재는커녕 사업자 편을 들어 진압에 나선다면, 정당한 법집행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테러나 인질 사태에 동원될 경찰특공대를 민간인들을 향해 곧바로 투입시켰다. 국민의 생명보호를 본분으로 하는 경찰이 국민을 공격의 대상으로 여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을 적으로 삼는 듯한 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촛불집회 때부터 시민들의 목소리를 힘으로 틀어막는 데만 급급했다. 인터넷 여론을 봉쇄하고 처벌하더니, 이제는 ‘떼법’ 따위 억지 명분을 내걸어 헌법상의 표현과 집회의 자유까지 가로막는 악법 통과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도 ‘불법 집단행위 엄단’이라며 부산을 떨고 있다. 촛불집회 당시 온갖 강경 진압을 주도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다음 경찰청장으로 내정하는 등 ‘대통령 사람들’로 채워진 인사개편도 그런 강경 일변도 정책의 하나다.

이번 참극은 그런 폭압적 정권 운용에선 진작부터 예고된 재앙이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이번 사고로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끊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따위 적반하장의 태도로 국민의 고통스런 목소리를 계속 외면한다면, 앞으로 더한 일까지 빚어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대국민 적대 정책을 포기하고, 이번 참극에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강경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경찰청장 내정을 철회하고, 당장 해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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