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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1 19:14 수정 : 2009.01.21 19:14

사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미국은 평화와 존엄을 추구하는 모든 나라와 남녀노소의 친구”이며 “우리 마음대로 우리 힘을 사용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일방주의 대외정책에 대한 분명한 결별 선언이다. 이런 의지가 신속하게 구체적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대외정책의 큰 원칙은 더 큰 협력과 이해다. 무력 사용은 신중하게 하는 대신 미국이 먼저 정당성을 높이고 모범을 보임으로써 지구촌의 협력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이 원칙이 가장 먼저 적용될 곳은 중동지역일 것이다. 그는 “이라크를 책임 있게 이라크 국민에게 넘겨주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렵게 얻은 평화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룰 팀도 당장 가동된다. 오래 전부터 이데올로기적 용어로 변질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말을 취임연설에서 전혀 쓰지 않은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아프간 평화에 대한 강조가 군사 개입을 강화하는 빌미가 돼선 안 된다.

그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오랜 우방들 및 과거 적들과 함께 핵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북-미 직접협상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발언이다. 북한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양쪽의 협상을 적극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 우리 정부한테 필요한 것은 냉전논리가 아니라 한반도 관련 사안을 적극적으로 풀려는 균형 잡힌 노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위기에 대해 “부분적으로 탐욕과 무책임의 결과”라며 “시장이 부유한 사람만 위해서는 나라가 번영할 수 없다”고 했다. 경제위기를 낳은 신자유주의 체제에 상당한 수정을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등 대외 경제관계는 그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가 협정 조기 비준에 매달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우리나라 또한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튼실한 경제질서를 구축하는 일이 먼저다.

미국의 전향적인 대외정책 전환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미국이 지난 8년에 걸친 뼈아픈 시행착오 끝에 선택한 길이기에 더 그렇다. 한-미 동맹 강화라는 상투적 구호를 넘어서, 평화롭고 번영하는 한반도·동북아와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슬기롭게 머리를 맞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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