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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2 19:40 수정 : 2009.01.23 00:51

사설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연행된 철거민들이 구속됐다. 화염병과 시너 등을 동원해 집단으로 경찰의 진압을 방해하다 사람을 죽게 하고 다치게 했다는 혐의다. 폭력적 과잉진압으로 참극의 원인을 제공한 경찰 대신 철거민들만 먼저 처벌하는 꼴이다. 검찰은 경찰의 진압 과정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지만, 엉뚱하게 책임 전가를 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철거민들 구속은 합리성을 결여해 설득력이 없다. 검찰 조사에서도 사고 건물 아래층에 있던 철거민들의 화염병과 건물 옥상의 화재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누가 어떻게 하는 바람에 불이 붙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컨테이너 박스를 동원해 옥상에 진입하다 불이 붙었다는 의문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구속을 서둘렀으니, 법적 책임을 철거민들에게만 지우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검찰은 또 전국철거민연합이 시너나 식량을 준비하는 등 농성을 주도했다며 이 단체를 집중 수사할 뜻도 밝혔다. 수사의 초점을 이렇게 철거민들과 ‘배후 세력’에 맞추게 되면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은 자연히 희석될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경찰 수뇌부에 대해선 “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병력 투입 및 진압 과정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미리 처벌하지 못한다고 못박았으니, 편파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지 않아도 이번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쪽엔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이 농성 현장에 인화물질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진압을 강행하다 참극을 불러왔다면, 설령 공무집행이라고 해도 ‘사람이 죽거나 다칠지 모른다’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피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불이 났을 때 경찰이 시너로 가득 찬 현장에 화학소화제 대신 물을 뿌리는 바람에 불이 번져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과실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불을 지르거나 철거민들을 위협했다는 사업자 쪽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조차 안 됐다.

이번 참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자여야 할 경찰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검찰조차 편파수사로 스스로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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