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1.22 19:45 수정 : 2009.01.22 19:45

사설

낙동강이 바지선이나 유람선이 떠다니는 수로나 댐으로 바뀌었을 때, 오염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오염된 구간에선 수돗물 취수가 불가능하다. 이 물을 비워야 하는데, 오염된 물이 흘러가는 다음 댐(갑문)의 호수(수로), 그다음 댐의 갇힌 물도 모두 비워야 한다. 결국 낙동강을 모두 비우고, 그것이 다시 찰 때까지 주민들은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지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강수량이 많은 여름철엔 좀 나을 것이다. 그러나 겨울 등 갈수기라면 상황은 치명적이다. 게다가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에 그친 올겨울 같은 때라면 여름철 홍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금 상류 안동댐의 저수율은 37%에 불과하다. 기상청은 올봄까지 가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먹을 물은 물론,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낙동강에서 구했던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야 한다.

최근 발생한 대구 수돗물 사태는 이런 재앙의 예고편일 뿐이다. 지난 12일 대구 매곡취수장에서 상류 쪽으로 23㎞ 떨어진 왜관철교 부근 원수에서 65.31㎍/L에 이르는 1, 4-다이옥산이 검출됐고, 20일 아침 6시 대구 매곡정수장의 농도는 54㎍/L로 세계보건기구의 먹는 물 권고치 50㎍/L를 넘어섰다. 대구와 인근 지역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생수 판매량은 20~40% 늘었고, 약수터는 시장통이 됐다고 한다.

농도는 21일 낮부터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적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원성에 못이긴 수자원공사가 방류해선 안 될 안동댐에서 물 50만톤을 내려보낸 덕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낙동강이 대형 수로나 호수로 변한 상태라면 안동댐 물을 모두 방류해도 문제는 해결될 수 없었다. 수로는 거대한 콘크리트 골조만 드러내고 있을 터이고, 목마른 주민들은 식수와 생활용수를 찾아 헤매야 할 것이다.

이 정권이 추진하는 낙동강 정비사업은, 유람선이 떠다니는 것을 바지선이 떠다니도록 설계만 조금 바꾸면 운하가 된다. 바로 이 수계에선 큰 것만 해도 1991년 페놀, 1994년 벤젠 톨루엔 오염, 2004년 다이옥산, 2007년 페놀 방류 사건이 있었다. 운하 건설에 광분하는 낙동강 수계의 지자체와 개발업자들에 맞서, 낙동강 물이 수로에 갇히는 것을 막는 데 주민들이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