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23 18:14
수정 : 2009.01.23 21:39
사설
연세대가 2012년부터 수시모집 정원의 절반 정도를 대학별 고사로 선발하고, 정시는 100% 수능 성적으로 뽑기로 했다고 한다. 입학사정관제 선발이나 내신 선발도 유지한다고 하나, 학생 선발의 중심은 지필고사 성적이다. 다른 주요 대학들도 이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본고사 부활은 시간문제다.
모든 정책을 30여년 전으로 되돌리는 이 정부로선 교육정책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을 터이다. 그러나 군사반란에 이어 5·18 학살, 삼청교육대, 언론인 숙청 등의 만행을 저지른 신군부마저도 본고사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만큼은 돌아봐야 한다. 신군부는 당시 본고사와 한 쌍을 이루던 과외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로 금지했다. 물론 이만큼 대중, 특히 중산층 서민의 인기를 끌 만한 정책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 고개를 들던 교육개혁의 요청과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초기 산업화 시대의 붕어빵 인력을 양산하는 것에서 개성과 창의성을 계발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본고사 금지는 군사정권이건 민간정부에서건 교육개혁의 핵심으로 유지됐다.
물론 현행 선발제도가 최선이라는 것은 아니다. 주요 대학들이 지필고사와 다름없는 논술, 면접을 통해 문제풀이 실력을 요구한 탓에 입학전형은 온갖 변칙으로 엉망이 됐다. 수험생은 내신, 수능, 논술, 면접까지 준비하느라 사교육에 매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대학의 반칙으로 말미암은 것이지, 본고사 금지가 틀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 본고사 부활이 예고된 뒤, 불황으로 모든 부문의 가계 지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사교육 지출만큼은 최고치로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본고사와 수능에 유리한 특목고나 자사고 입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사교육 시장은 더욱 팽창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를 역할모델로 삼는 이 정권이 왜 입시정책만큼은 거꾸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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