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23 18:15
수정 : 2009.01.23 18:15
사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뒤 첫 조처의 하나로 쿠바 관타나모기지 안 테러 용의자 수용소를 폐쇄하고 고문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국외 중앙정보국 감옥도 없앴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기의 상습적인 공권력 남용과 분명하게 단절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조처는 어떤 안보상의 이유도 인권보호보다 앞설 수 없음을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시 전 행정부는 2002년부터 관타나모 수용소 세 곳에 테러 용의자를 장기 불법 구금하고 고문을 자행했다. 또 9·11 테러 직후부터 동유럽 나라와 아프간·타이 등에서 중앙정보국 비밀감옥을 운영해 왔다. 이들 시설을 거쳐간 사람은 수천~수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셌지만 부시 전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 수행에 필요하다며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다. 2004년에는 미군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 가둔 이라크인에게 고문과 성폭행 등을 저지른 일이 불거진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조처를 발표하면서 “쉬울 때뿐만 아니라 어려울 때도 핵심적인 행동기준을 준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앞서 취임연설에서는 “안보와 이상 사이의 그릇된 선택을 거부한다”고 했다. 안보를 빌미로 인권을 침해해온 그릇된 관행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그의 이런 의지가 빨리 뿌리내려 미국에 대한 국제 신뢰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이런 시도가 테러와의 전쟁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갈등과 군사 대결이 아니라 협력과 공영을 지향하는 새 국제질서 창출 노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미국의 이번 조처는 공권력 남용에 무심한 다른 나라 정부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부시 전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안보와 치안이라는 강조점은 다르지만 사람 목숨을 최우선으로 삼기보다는 쉽게 물리력을 앞세워 온 점에서 닮았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절대다수 미국인이 왜 이번 조처를 높이 평가하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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