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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7 19:27 수정 : 2009.01.27 19:27

사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3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가을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이후 김 위원장이 고위 외교사절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한의 새판짜기 노력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새판짜기는 세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북-미 직접 협상 분위기 조성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의 협력과 조화를 이뤄 6자 회담을 부단히 진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 교착 상태인 6자 회담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얘기다. 미국 국무부는 이 발언을 환영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대북 정책 재검토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호적 응답이다. “우리는 유관 당사국들과 평화적으로 함께 지내기를 바란다”는 김 위원장 언급에도 북-미 관계 개선 의지가 담겨 있다.

둘째는 중국 역할 강화다. 김 위원장이 왕 부장을 만난 것부터가 중국에 대한 기대를 보여준다. 왕 부장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으며, 김 위원장은 후 주석의 방중 초청을 받아들였다. 올해는 북-중 수교 60돌이 되는 해로, 김 위원장 방중은 2006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 김 위원장은 6자 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건설적 구실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 또한 한반도·동북아 관련 사안에서 발언권을 높이려 하고 있어 북한과 이해가 일치한다.

마지막으로 원만한 남북 관계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국 정부 대북 정책에 맞춰 대응하겠지만 남북 관계 파국은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쪽이 먼저 10·4 및 6·15 선언을 적극 존중해 달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6자 회담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역시 근거가 약함이 확인됐다. 미국과 중국은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 관계다. 지금처럼 관계가 꽉 막혀서는 갈수록 우리 자리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돌발 사태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짐은 물론이다. 대북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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