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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7 19:29 수정 : 2009.01.27 19:29

사설

엊그제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용산 참사를 법질서 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권력에 저항할 경우 떼죽음이 수반되는 진압작전도 감행할 수 있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며 몸부림치다가는 그렇게 불태워질 수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 소름이 끼친다. 어떻게 저리도 인명을 하찮게 여길 수 있는 걸까.

집권 여당의 정책위 의장이라면 민심을 수렴해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정책에 반영할 것은 반영해야 할 사람이다. 이번 참사는 이미 드러나고 있듯이 경찰 수뇌부의 무모한 특공대 투입과 과잉 진압작전에서 비롯됐다. 개발업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섣불리 중립을 포기한 경찰과 이 정권의 편향에서 비롯됐다. 그걸 법과 질서라는 이름으로 호도하려는 건 가당찮다.

집권당 정책위 의장의 인식이 그러하니, 이 정권 수뇌부의 생각이 어떠한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검찰은 이미 경찰의 잘못을 세탁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 사건 수사 초기부터 특공대 투입과 살인적 진압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흘렸다.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거듭 거짓말을 하고, 책임회피를 해도 왜 그러는지 합리적인 의심마저 외면했다. 국회나 언론에서 새로운 물증이 제시되면 그제야 수사에 나섰다. 무허가 용역업체를 진압작전에 동원한 무선 교신 내용이 폭로되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이러하니 정부·여당은 자신의 뜻대로 진상이 나오리란 기대 속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긴 외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다못해 봉건왕조조차 인사사고에 대해서는, 그것이 과실이라 해도 무한대의 책임을 지웠다. 법과 질서, 나아가 공권력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집권 여당이 법과 질서를 앞세우려 한다면, 무모한 진압작전으로 부하 직원이 숨지게 하고, 개발업자와 맞서던 국민 5명의 생명이 불태워진 것에 대해 즉각 책임을 물어야 했다.

거기에 대고 정당한 공무집행 운운하거나, 법질서 확립 계기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다. 나아가 생존의 한계선에 있는 이들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겠다는 경고다. 사회적 약자는 적이 아니다. 공권력은 강자로부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강자의 이익이나 지키는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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