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28 19:33
수정 : 2009.01.28 19:33
사설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잘못된 쪽으로 가고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소극적인 반면, 정작 몸과 마음을 다친 철거민들을 두고서는 마치 참사의 주범인 양 몰아붙이는 양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가장 큰 걱정은, 검찰 수사가 자칫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에서 참사를 부른 화재와 철거민들의 화염병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분명히 밝히지 못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망루 쪽에서 시너로 추정되는 액체가 뿌려졌다는 점 등을 들어 철거민들 탓에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뜻을 비쳤다. 그런 추정대로 화염병에서 시너로 불이 번진 것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 원인을 보지 않은 것이다. 경찰의 폭력적 과잉진압이 없었다면 그런 상황은 애초 빚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경찰은 철거민 안전대책은 거의 확보하지 않은 채 진압을 강행했다. 경찰 스스로 정한 법집행 매뉴얼 등을 무시한 것일 뿐 아니라, 경찰 업무에 당연히 요구되는 주의 의무도 어긴 것이다. 경찰이 규정에 맞게, 인명 보호를 위한 주의를 다했다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절차와 의무를 무시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책임자들에게 업무상 과실 치사상죄 등을 물어야 마땅한 일인데도, 검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또 용역업체 직원들이 철거민들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참사 당시에도 경찰과 함께 행동했다는 등의 언론보도와 경찰의 해명에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는 지적 등에 대해선, 죄 될 게 없는데 수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처음부터 선입견이나 의도를 지닌 채 편파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행동이다. 오죽하면 검찰총장까지 수사팀에게 “먼저 사실관계를 모두 파악한 뒤 사법처리 여부는 나중에 판단하라”고 지시했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정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을 수습할 방침이라고 한다. 청와대 등 정부 안에선 경찰 수뇌부 문책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있다. 검찰이 그런 분위기에 따라 수사 방향과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을 받아들여야 하는 수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의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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