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28 19:34
수정 : 2009.01.28 19:34
사설
국내 최대의 영화관 운영업체인 씨지브이(CGV)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유료 관람객 수를 줄여 신고하는 방법으로 나라에 낼 세금을 줄이고, 제작사 몫의 수익과 극장 건물주 몫인 임대료를 떼어 제 몫을 크게 늘렸다는 혐의다. 이런 경우 으레 그렇듯 비자금 조성 혐의도 따라붙는다.
한국 영화가 바닥 모르고 침몰하는 상황에서 이런 의혹까지 불거졌으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사실이라면 한국 영화계로선 최악의 추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결백을 주장하는 씨지브이나 한국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그리고 영화계 종사자 사이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의혹의 진상은 신속하게 규명돼야 할 것이다.
씨지브이는 씨제이(CJ)그룹 산하 씨제이 엔터테인먼트 계열로, 전국에 멀티플렉스 영화관 59곳을 운영한다. 영화에 관한 한 투자·제작·배급·상영 등 모든 부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씨제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수익을 확정하는 마지막 유통 단계를 관장하는 셈이다. 영화의 성패는 관람객 수로 결정된다. 제작·투자·배급·상영관의 수익은 물론, 배우와 감독의 러닝 개런티, 극장 임대료도 관람객 수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관객 집계는 모든 영화 종사자에게 사활의 관심사다. 만약 이것이 왜곡된다면, 신뢰는 근본에서부터 깨진다.
씨지브이 쪽은 극장의 발권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업체로 전달되고, 전송업체는 바로 씨지브이 본사와 영진위에 전달하는 만큼 숫자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발단이었던 영진위 집계와 씨지브이 집계의 편차는 영진위 시스템의 부실에서 비롯됐다고도 말한다. 영진위는 전송업체 탓으로 돌린다. 모두 왜곡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씨제이가 영화 제작부터 상영까지 독점적 체제를 유지하는 한 이런 문제는 언제든 되풀이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전송업체도 씨지브이 계열이다.
씨제이는 영화계의 ‘슈퍼 갑’으로 군림했다. 제작사들은 배급수수료, 이익 배분율에서 악조건을 감수한다. 이번처럼 집계의 편차가 발견되면 즉각 의혹의 불길이 솟구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물론 씨제이도 독과점의 폐해를 인식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한국영화 종사자가 모두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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