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30 19:36
수정 : 2009.01.30 19:36
사설
경기 군포에서 여대생을 살해한 강아무개씨가 최근 2년 사이 경기 서남부에서 실종된 부녀자들도 잇달아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드러난 살인만 일곱 건이고, 다른 범행이 얼마나 더 있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한다. 2004~2006년 13명이 죽은 서울 서남부 지역 연쇄살인 사건이나, 2003~2004년 20명이 살해된 유영철 사건의 악몽을 다시 보는 듯하다.
경찰이 늦게나마 강씨의 범행을 밝혀낸 것은 다행이다. 경기 경찰은 여대생 실종 현장 주변을 지났던 차량 7천여 대를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통해 일일이 확인하는 끈질긴 수사 끝에 강씨를 체포하고, 강씨 소유 차에서 발견된 혈흔에 대한 유전자 검사 등 과학적 수사를 통해 추가 범행 사실을 밝혀냈다. 범죄심리 분석관(프로파일러)의 구실도 컸다고 한다. 그런 공은 인정할 만하지만, 아쉬움 또한 적지 않다.
경찰은 부녀자들이 잇따라 실종될 때마다 범행 수법이 다르다거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둥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미국 연방수사국도 세 건 이상 유사한 사건이 이어지면 연쇄살인으로 의심한다는데, 강씨는 열흘 이내 간격으로 잇달아 5건의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경찰이 초기부터 더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추가 희생을 막을 수도 있었을 터이니,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평범한 이웃 같았던 강씨가 실제론 처음 본 이들까지 거리낌없이 죽이고, 범행 뒤에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는 듯 행동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범행 수법도 치밀하고 잔혹하다. 유영철 사건 등에서 봤던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에서 비롯된 연쇄살인은 극악한 인간 본성의 한 면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혼란스런 사회상이나 사회·경제적 불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자신의 욕망 충족을 당연시하는 비인간적인 풍토도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그만큼 여러 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처럼 범인이 잡힌 뒤가 아니라 사건 초기부터 범죄심리 분석 등 과학적 수사기법과 광역 공조수사를 통해 위험 경보를 일찍 감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범죄 예방을 위한 통합적인 법률 및 사회정책의 틀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와 함께 우리 삶을 둘러싼 환경을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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