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30 19:39
수정 : 2009.01.30 19:39
사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이 떠나면서 밝힌 정부의 연구원 비틀기는 충격적이다. 정책 홍보와 맞춤 연구를 강요하고, 자신처럼 잘 따르지 않으면 사퇴를 압박했다고 한다. “연구원을 싱크탱크(두뇌)가 아니라 마우스탱크(입) 정도로 생각하는 현정부에게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한갓 사치품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연구원에 대한 외압 사례가 심심찮게 불거졌지만 이 원장이 작심하고 소상히 밝히기 전까지 그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이 원장은 임기 중반에 ‘제거되듯’ 떠났지만 그는 우리 사회에 깊고 큰 울림을 남겼다. 치졸한 연구원 비틀기는 바로 정부의 편향성과 무능함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며, 정책이 불신받는 근본원인을 일러준다.
연구의 가치는 정확한 분석과 판단에 바탕을 둘 때 빛난다. 자율성과 독립성은 생명이다. 정책의 앞잡이 노릇을 강요하는 것은 연구자의 품격을 짓밟고 거대한 사기극에 공모자 역할을 종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이태 연구원의 폭로로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 위장사업으로 드러난 것 말고도,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활성화를 가져온다는 조세연구원 보고서나 경인운하가 경제성이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 등도 줄줄이 신빙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정확한 정보와 예측 가능성을 배척하면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시장 친화적이기는커녕 불신의 벽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돼 우리 내부에서만 입단속을 한다고 문제를 가리거나 덮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그러니까 ‘미네르바’가 뜬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정책의 적합성과 사회적 합의 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다.
연구원들이 쉬쉬하며 털어놓는 속내를 보면 정부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국책 연구원은 물론 민간 연구원까지 외환·성장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일일이 간섭한다고 한다. 연구원 비틀기는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짓으로, 당장 그만둬야 한다.
이 원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문제를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은 것이 사퇴의 직접 원인이 된 듯하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가 재벌의 사금고화 정책이기 때문에 합리화할 논거를 만들 재간이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특정집단의 이익이 상식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의 고발에 우리는 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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