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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01 20:13 수정 : 2009.02.01 20:13

사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밤 <에스비에스>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에서 경찰의 용산 철거민 진압이 과도한 강경책이었다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지적에 대해 “완전히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즉각 반박했다. 대통령이 한 말이 맞는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진압 전에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하고, 최소한의 안전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은 경찰의 업무수칙에도 나와 있는 것들이다. 그런 것조차 지키지 않고, 위험물질을 지닌 철거민들을 진압하려다가 경찰 한 사람 등 모두 여섯 사람이 숨졌다. 이보다 더 명백한 과잉진압의 증거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공권력 행사의 잘못을 문책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앞뒤 가리지 않고 사퇴시킨다면 공직자들이 누가 일하겠느냐?”며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이 대통령에게는 국민의 생명보다 경찰의 충성도가 더 중요하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법과 4대강 살리기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인식도 문제다. 이 대통령은 언론 관련법은 권력의 방송 장악이나 재벌의 방송 진출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여권의 법안이 통과되면 족벌신문과 재벌이 종합편성 채널이나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데도 재벌과 관련이 없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또,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온갖 무리수를 써 가며 방송사 사장으로 앉힌 것이 방송장악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4대강 살리기를 마치 친환경 사업인 것처럼 포장한 것도 눈 감고 아웅하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의 실례로 울산 태화강을 들었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이다. 태화강은 오수관을 설치하는 등 생태 살리기였던 데 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운하로 전환할 수 있는 보를 만드는 등 오히려 강의 생태를 죽일 위험이 높다. “분단 60년 중 1년 경색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남북관계 경색을 대수롭잖게 여기는 것도 국정 책임자로서 매우 무책임하다.

국민과 소통할 자세도 전혀 안 돼 있는 듯하다. 명색이 대화하는 자리였음에도 이 대통령은 자신과 다른 견해가 나오면 즉각 면박하거나 심지어 훈계하려 들었다.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혔던 대통령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러니 주말 국정 워크숍에서 “튼튼한 신발을 신고 가시밭길을 헤치며 가야 한다”고 한 말도 국민들에겐 심상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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