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02 21:15
수정 : 2009.02.02 22:09
사설
정부가 주경복 교수(건국대)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위원에서 해촉한 것을 두고 교육시민사회가 들끓고 있다. 어제는 일부 사분위원을 포함해 교수노조·학부모 단체 등이 정권의 ‘조폭적’ 횡포를 비난했다. 입만 열면 법과 질서를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잇속을 위해선 법도 질서도 팽개치는 행태에 대한 당연한 분노다.
주 위원을 해촉한 빌미는 서울시 교육감선거 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도 이것이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억지춘향으로 들이댄 사립학교법 24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나 적용된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입법에 적극적이었던 사분위법에는 위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임기만 보장할 뿐 해촉 근거가 없다. 사분위원으로서 신뢰성을 잃었다느니, 둘러대는 건 이 때문이다. 저들 자신도 변명하기 낯간지러웠던 것이다.
이런 억지와 불법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일상화됐다. 이 정부가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일관되게 추진한 것은 임기제 기관장 내쫓기였다. 터무니없는 이유로 쫓겨난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김윤수 한국현대미술관장,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신태섭 한국방송 이사의 경우, 이 정권은 그가 교수로 재직하던 동의대로 하여금 먼저 그를 해임하도록 하고, 이를 핑계로 한국방송 이사직을 박탈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국방송 이사회를 장악하고, 사장 해임 결의가 나오도록 했다. 이후 해임무효 소송에서 법원은 신 교수 해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이 정부는 뭉개버렸다. 그들의 사전에 법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주 위원 해촉도 위원 한 사람 쫓아내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 정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리재단 비호에 앞장섰다. 재단 비리로 분규에 휘말렸다가 가까스로 정상을 되찾은 분쟁 사학들을 예전의 비리재단에 되돌려 주고자 온갖 공작을 다했다. 주 위원 등이 이를 막아왔으니 얼마나 눈엣가시였을까. 신뢰성과 도덕성을 따진다면, 지난해 교육감선거 때 사설학원, 급식업자, 건축업자, 교장 교감, 사립학교 재단 관계자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먼저 심판받아야 했다. 형평성 시비가 자명한데도 주 위원 해촉을 강행한 것은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최소한의 법과 질서를 기대하는 건 부질없는 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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