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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임단협’ 누가 파행으로 몰아가나 |
국립·사립대 병원장들이 전국보건의료노조와의 임단협 협상에 아예 참여하지 않거나 노무사를 ‘대표’로 내보냄으로써 노사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환자들의 불편’을 이유로 노사 관계의 성숙을 외치던 사용자들이 실제로는 노사 갈등을 자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현재 보건의료 노사는 다섯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국립대병원의 집단 불참과 사립대병원의 노무사 위임으로 교섭 자체가 파행을 빚고 있다. 게다가 중소병원들도 노무사 위임을 둘러싸고 노조와 사립대병원 간에 갈등이 계속되면 앞으로 불참하겠다고 밝혀 산별교섭 자체가 실종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거리로 나오고 병원에서 밤샘농성을 벌인 까닭도 여기 있다. 사용자 쪽은 특정 병원을 대표로 선출하기 어려워 노무사에게 위임했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첫 산별 노사협상에서 “진전된 형태의 사용자 단체를 구성하겠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 ‘진전된 형태의 사용자 단체’가 한 개인인 노무사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산별 노사협상은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서 있다. 산별협상이 뿌리내리려면 노동조합 못지않게 사용자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산별협상이 사용자 쪽에게만 불리한 것도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노사 사이에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노무사가 사용자의 대표로 교섭에 나서는 것은 문제를 한층 악화시킬 뿐이다. 교섭장에서 노조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퇴장하는 노무사가 다른 사립병원장들에게 함께 퇴장할 것을 제의하고 실제 병원장들이 교섭장을 빠져나간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교섭 형식부터 갈등을 빚고 있는 보건의료 노사협상은 올해 임단협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한다. 파행적인 교섭은 결국 파업을 부르고 환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성실한 교섭에 나서길 대학병원장들에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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