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04 21:49
수정 : 2009.02.04 21:49
사설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경찰의 여론 조작과 일방적 홍보가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번 참사가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 아니라 철거민 탓이라고 책임을 돌리는 내용들이다.
이런 일에 전국 경찰 조직이 총동원된 듯하다. 서울의 여러 경찰서에는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똑같은 사진들이 전시됐다. 몇몇 아파트 단지에도 경찰지구대가 비슷한 사진들을 각동 게시판에 붙였다고 한다. 서울경찰청의 ‘적극 홍보’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원 속초의 농협 지점, 서울 대치동의 교회, 대전·충남의 지역 기관·단체 등 전국 곳곳에서 정보과 형사나 관할 경찰서 직원들이 경찰 진압이 정당했다는 일방적 홍보 영상물을 배포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자발적으로 벌어질 리 없다.
경찰은 지난달 산하 조직을 동원해 여러 언론사의 용산참사 관련 설문조사를 왜곡시킨 바 있다. 유관단체를 동원한 독자투고도 시도했다. 그제는 어느 경찰서에서 구내방송을 통해 자신들과 다른 보도를 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비난 댓글을 보내자는 ‘선동’까지 있었다. 여론 조작에 더해, 집단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꼴이다.
경찰이 이를 통해 여론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것이라면 큰 오산이다. 이번 참사를 빚은 경찰의 폭력적 과잉진압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부득부득 잘못이 없다고 우기는 경찰의 과민반응 자체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비칠 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경찰 책임이 크다는 쪽이 훨씬 더 많다.
꼼수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거짓을 감출 수도 없는 일이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진압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경찰 주장과 달리, 이들이 경찰과 함께 물대포를 쏘거나, 경찰과 비슷한 방패를 들고 건물에 진입하는 모습 등이 확인됐다. 용역들의 불법은 물론 거짓 주장을 해 온 경찰의 직무유기 책임까지 물어야 마땅하다. 이런 마당에 조직을 보호하겠다고 덤빈다면 외려 국민에게서 더 멀어지게 된다.
경찰의 이런 조직적 행동은 위험하기도 하다. 경찰은 군에 버금가는 물리력과 함께, 국민 생활 곳곳에 신경망을 뻗치고 있는 강력한 국가 기간조직이다. 그런 경찰이 이번처럼 이익집단이나 사조직처럼 움직이고, 또 그 힘을 잘못된 데 악용하려 든다면 그 폐해는 엄청날 것이다. 국민의 지팡이가 거꾸로 국민을 휘두르거나 때리려 드는 격이다. 그런 위험은 미리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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