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04 21:51
수정 : 2009.02.04 21:51
사설
제2 롯데월드의 비행안전 문제를 검토할 목적으로 그저께 열린 국회 국방위의 공청회가 파행으로 진행됐다. 애초 참석하기로 했던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과 최명상 전 공군대 총장, 김규 전 방공포 사령관이 갑자기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2 롯데월드 신축에 반대했던 장성들이다. 공청회는 이들의 불참으로 찬반 균형을 잃은 채 이뤄졌다.
이들은 ‘공청회에서 후배들과 대립하는 게 모양이 좋지 않다’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여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국방부와 공군의 압력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국방위 간사인 유승민 의원은 “국방부와 공군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을 당사자들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공청회에서 말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과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도 같은 취지로 국방부와 공군을 질타했다.
의원들 말대로라면 군이 국회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독재국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치 군사독재 시절 회식 자리에서 국방위 의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군의 방자한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하다. 국회 공청회는 국민의 대표들이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정부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참석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회를 정부 통제 아래에 두려는 것 아닌가. 불순하고 오만하다. 국회는 이번 공청회 불참 압력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를 무시한 국방부와 공군의 이러한 ‘일탈’ 행동은 제2 롯데월드에 대한 말바꾸기에서부터 비롯됐다. 군은 노무현 정부 시절만 해도 555m짜리 초고층의 제2 롯데월드는 비행 안전상 절대로 안 된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뒤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대통령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할 텐데, 자리를 지키기 위해 궁색하게 변명을 하려다 보니 반대 견해를 가진 예비역들의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용기 없고 소신 없기는 예비역 장성들도 마찬가지다. 뒤에서는 제2 롯데월드를 허용하면 안 된다고 웅성거리다가 막상 공개석상에서 얘기해 보라고 멍석을 깔아주자 일제히 입을 닫았다.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현역이든 예비역이든 하나같이 줏대도 없이 오락가락하니 누가 군을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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