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06 19:43
수정 : 2009.02.06 19:43
사설
리언 파네타 미국 중앙정보국장 내정자가 그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2006년 핵무기를 폭발시켰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이제까지 ‘핵장치 폭발’이라고 해 온 것과는 다른 표현이다. 앞서 미국 국방부 합동군사령부와 국가정보위원회는 지난해 말 별개 보고서에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처음 명기했고, 이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북한이 핵폭탄 여러 개를 제조했다”고 한 바 있다.
미국 군·정보기관의 이런 평가가 정부 차원의 대북 핵정책 변화와 연관된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한다면 6자 회담의 기초가 흔들리는 등 미국 핵정책의 틀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다섯 나라만 핵보유국으로 공인해 사찰 면제 등 특권을 준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전 어느 정권보다 명확하게 ‘핵무기 없는 세계’를 지향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을 용인하고 확산 저지 등으로 대북 핵정책 목표를 변경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북한 핵 실태에 대한 표현이 바뀌는 데는 두 가지 측면의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는 가정 아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안보상 이유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한 핵 평가가 좀더 현실적으로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조지 부시 행정부는 대북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축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북한 핵의 정확한 실태는 지금으로선 북한만이 안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고 상당 부분 현실화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능력이 커질 거라는 점이다. 따라서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평가보다 훨씬 중요한 일은 핵 폐기 노력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처럼 그릇된 평가가 일방적 행동의 빌미가 돼서는 안 되지만,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핵 폐기라는 목표가 흔들려서도 안 된다.
본격적인 북한 핵 폐기 노력은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정책 재검토를 빨리 끝내고 속도감 있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도 6자 회담과 북-미 협상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활동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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